서울대 문화예술원의 마흔 두 번째 뉴스레터입니다. 오늘은 지난 목요일에 진행된 '구.문화관 해체 의례, 새문화관 착공식' 행사를 전해드립니다. 한국에는 40~70년된 건물들이 많습니다. 이 건물들은 한 시대를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지만 새로운 필요에 의해 그 역할을 내려 놓게 됩니다. 서울대 문화관도 마찬가지입니다. 1984년에 준공되어 이제 '파편으로, 또 세움으로' 바뀝니다.
행사장은 문화관 앞, 학생들이 가장 즐겨 사용하던 공간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늘 각종 동아리 행사가 가득했고 강의 사이 쉬어가는 학생들이 가방을 내려 놓던 곳입니다. 무더운 여름이었지만 행사가 시작되는 저녁 6시에 열기는 갑자기 식고 바람이 불어 흰색과 청색의 드레이프들이 날리며 문화관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행사에는, 문화관 재건축 기부자, 문화관에서 젊은 시절 보낸 졸업생, 설계를 한 건축가, 그리고 건물을 지을 건설회사에서 오셨습니다.
문화예술원의 예술감독이기도 한 박제성 교수님은, 학생일 때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로 구성된 연극 동아리의 일원으로 판타지 동화 『모모』를 각색한 연극에서 '시간을 빼앗는 회색신사' 배역에 대한 회상을 해주셨습니다.
총장님은 서울대 학생들이, 이성(logos) 뿐 아니라 감성(pathos)를 갖추기를 바라며, 캠퍼스 중아의 커먼즈와 새문화관에서 경험으로 공부하기를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문화관 재건축에 큰 기부를 해 주신 이주용님 최기주님은 서울대와의 인연, 그리고 문화의 힘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이어서 방지원 아티스트의 '하량'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서울대 국악과 7명의 학생들은 뒤를 돌아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많은 한국의 전통 음악이 관객보다는 우리가 기리는 그 무언가를 향해 연주한다는 점을 아시는지요?
참석자들은 악작(樂作)소리에 맞추어 일어나 문화관 벽 앞으로 이동한 뒤, 건물에 다가가 건물을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마지막 가는 길에서 위로를 더했습니다.
막바지에 이르러 요령소리가 쌓여 절정에 이릅니다.
클라이막스는, 방지원 아티스트가 화살머리에 매단 천을 문화관 지붕위로 쏘아올렸습니다(투치). 한 중심으로부터 다섯갈래 혹은 열갈래 정도로 쏘아 올렸는데, 이는 새롭게 만들어지는 기운이 강렬하게 흥하여 뻗어져 나가길 기원하는 의례입니다. 긴 천이 달린 화살들을 문화관 지붕으로 긴 포물선을 그리며 아스라히 사라진 모습이 아쉬움이자 희망의 인사가 되었습니다.
서울대학교 문화관은 지난 수십 년간 예술과 학문의 무대이자 실험의 공간으로 기능해왔다. 그 안에는 무수한 목소리와 움직임, 발표와 연습, 실패와 환희의 순간들이 층층이 쌓여있다. 이제 이 건물이 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단순한 해체를 넘어 의례와 예식을 통해 이 이별을 경건히 마주하고자 한다.
〈하량 下樑 : 파편으로, 세움으로〉는 물리적 구조물의 해체를 단지 ‘없앰’이 아닌 ‘되새김’으로 받아들이며, 부서진 건물의 파편 하나하나가 그간의 시간과 기억을 증언하는 매개가 되기를 바란다. 동시에 이 의식은 이 자리에 다시 지어질 새로운 건축을 향한 세움의 선언이기도 하다. 서울대학교 문화관의 마지막 호흡을 애도하고 부서질 벽 너머로 다가올 것들을 맞이하는 의례가 예술적 형식으로 상연된다.
부서짐과 세움은 모순이 아니라 순환이며, 하량은 끝이 아니라 대들보를 내리고 다시 짓는 상량上樑의시작이기도 하다. - 방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