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문화예술원의 스물여섯번째 뉴스레터입니다. 두 달만에 보내드리는 메일입니다. 서울은 긴 겨울을 견뎌냈고 학교는 나른한 방학이었습니다. 저희는 농한기의 농부들처럼 바빳던 첫 해를 곰씹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는 '문화를 만드는 문화 culture that makes culture'에 대한 고민을 담아 보았습니다. 그동안 저희 행사를 몇 번 오신 분들에겐 흥미롭지만, 처음 보시는 분들에겐 뜬금없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지금의 시대는 '활동력activity' 못지 않게 '회고력retrospect'이 중요한 듯 합니다.
[ Revist 2023 ]
2023년에 문화예술원에는 많은 행사가 있었습니다. 런칭한 첫 해에 꽤 많은 행사가 가능했던 건 그만큼 우리 주변에 문화 자원이 중첩된 상태로 널리 잠재되어 있었기 때문인 듯 합니다. 행사의 레파토리는 다양했고, 주제와 형식의 스펙트럼도 넓었습니다. 참여해 주신 작가들, 멘토들 그리고 행사의 또다른 주인공인 관객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첫 해의 행사들은 대학교에서 할 수 있는 수준이상이었다 자평합니다. 하지만 '행사는 참 많은데, 줄기는 보이지 않는다'라는 피드백도 받았습니다. we admit it! 아직은 실험의 단계이므로 여러 행사를 담아 보는게 우리의 역할인 듯 합니다. 행사별 완성도에 있어 편차도 컸지만, 한가지 배움은 결과보다 과정이 돋보이는 작업도 좋았습니다. 파워플랜트는 어느덧 실험공간으로, 대안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은 듯 합니다. 학생들에게는 수업활동, 동아리 활동 외에 문화를 표출하는 대안option이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습니다. 1년을 돌아보면 저희는 '문화의 선구안 batting eye'을 찾고자 노력한 듯 합니다. 선구안은 타자가 투수의 빠른 공을 읽어내는 능력이죠. 끊임없이 명멸하는 수 많은 문화 징후 중에 의미 있는 흐름을 찾는 능력. 그것도 개인이 아니라 조직으로서 선구안을 갖는 방법을 찾는 중인 듯 합니다.
[Theme of 2024]
1월에 식구들이 모여 24년의 계획을 세웠습니다. 역시나 일년치의 많은 행사가 라인업되었고 올 해도 꽤나 바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뽑은 올 해의 테마는 '노는게 제일 좋아 Why so serious'입니다. 딱딱하고 어려운 예술, 일부가 호응할 수 있는 문화, 심각한 작가주의를 벗어나 모두가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아이템들로 한 해를 채워 보려 합니다. 학교는 젊은 학생들로 가득하고 우리의 목표는 그 흥vibe을 깨우는 게 아닌가 합니다. 그 첫 포문은 개강과 함께 파워플랜트를 '롤러 장'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자세한 일정은 3월에 알려드리겠습니다~
[Current: 타이ty포po엠em 낙서금지의 벽 위에]
방학에도 파워플랜트는 뜨겁습니다. 학생들의 작업 Student Up이 매주 설치, 전시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 여러분은 타이포에 대한 전시를 볼 수 있습니다.
<낙서 금지의 벽 위에: 타이ty포po엠em>은 타이포그래피와 포엠(시문학)을 연결하는 ‘타이ty포po엠em’이라는 교차점을 열고, 낙서 금지의 벽 위에 그릴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을 새롭게 발화하고자 합니다. 차마 남길 수 없었던, 혹은 자리가 허락되지 않았던 낙서들을 타이포엠을 통해 전시장이라는 낙서 금지의 벽 위에 점착시킵니다. 지나치게 뭉쳐 있어 풀어내지 못했거나 정상성 속에 잡히지 않아 흩어지고 말았던 생의 사건들이 시문학으로 적히고, 이 문장들은 문자열만으로 표현되지 않는 언어의 감각들을 끄집어내려는 타이포그래피의 확장성과 만납니다.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타이포엠은 낙서와 기록 사이에서, 전시장은 낙서 금지의 벽과 가능성의 벽 사이에서 역동합니다.
워크샵 <밤디 군밤> 군밤 굽기 02.23(금)-02.25(일) 16:00-18:00, 02.26(월) 16:00-17:00 공연 <넝마주이 -낡고 해진 글자 모아 소리 입히기> 02.23(금) 19:30-21:00 퍼포먼스 <다시줍기> 02.26(월) 17:00-17:30